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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 한영애

hyleidos 2012. 11. 20. 14:06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서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홀로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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