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poetry 9

봄날

새벽 안개에 떠밀려서 봄바람에 취해서 갈 곳도 없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불현듯 내리니 이곳은 소읍, 짙은 복사꽃 내음. 언제 한번 살았던 곳일까,눈에 익은 골목, 소음들도 낯설지 않고.무엇이었을까,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이.낯익은 얼굴들은 내가 불러도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복사꽃 내음 짙은 이곳은 소읍,먼 나라에서 온 외톨이가 되어거리를 휘청대다가봄 햇살에 취해서 새싹 향기에 들떠서 다시 버스에 올라. 잊어버리고,내가 무엇을 찾아 헤맸는가를.쥐어보면 빈 손, 잊어버리고, 내가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서 내릴지도. --- 신경림

etc/poetry 2014.09.14

그대들 기쁠 때 가슴속 깊이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 그대들에게 슬픔을 주었음을. 그대들 슬플 때에도 가슴속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라. 그러면 그대들,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 때문에 이제 울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그대들 중의 어떤 이는 말한다. '기쁨은 슬픔보다 위대한 것이라네.' 그러나 또 어떤 이는 말한다. '아니, 슬픔이야말로 위대한 것.' 하지만 내 그대들에게 말하노라. 이들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 이들은 함께 오는 것, 한편이 홀로 그대들의 식탁 곁에 앉을 때면 그러므로 기억하라, 다른 한편은 그대들의 침대 위에서 잠들고 있음을. 진정 그대들은 기쁨과 슬픔 사이에 저울처럼 매달려 있다. 그러므로 오직 텅 비어 있을 때에만 그대들은 멈추어 균형을 이룬다. 보물지기가 자기의 금과 은을..

etc/poetry 2014.08.24

shubhu laksimi

이들의 음악은 무모하다어릴때 사원에 봉헌?되어 평생을 신의 노래를 부르다죽는다 노래 연습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그냥 쉬지않고 노래를 한다고.... 염원을 담아서그래 실은 챈팅이지노래가 그게 아닌게 또 어디있는지그러니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차원이 다른 노래가 나온다. ㅎㅎ 과장이 심한가? 그들의 음악은 산스끄리뜨를 정확하게 소리를 정확하게 울리는 것그리고 선율과 박자를 틀리지 않는 것.

etc/poetry 2013.05.10

아침에 두부가 먹고 싶어서

두보의 시를 찾아 봤는데두보의 시보다 이백의 시가 눈에 띄네. 花下一壺酒 화하일호주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影結無情遊 영결무정유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꽃 밑에서 술 한병 놓고 친한 사람없이 홀로 마시네 잔을 들어 밝은 달님을 맞이하니 그림자 대하여 세 사람이 되었네. 달은 본래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내 몸을 따를 뿐 잠시 달과 내 그림자를 벗하니 봄날을 당하여 마음껏 즐기네 내가 노래하면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가 어지럽네 깨어 있을 때 함께 서로 즐기지만, 취한 뒤..

etc/poetry 2013.05.09

인연설화조(因緣說話調)

언제든가 나는 한 송이의 모란꽃으로 피어 있었다. 한 예쁜 처녀가 옆에서 나와 마주 보고 살았다. 그 뒤 어느날 모란꽃잎은 떨어져 누워 메말라서 재가 되었다가 곧 흙하고 한세상이 되었다. 그게 이내 처녀도 죽어서 그 언저리의 흙속에 묻혔다. 그것이 또 억수의 비가 와서 모란꽃이 사위어 된 흙 위의 재들을 강물로 쓸고 내려 가던 때, 땅 속에 괴어 있던 처녀의 피도 따라서 강으로 흘렀다. 그래, 그 모란꽃 사윈 재가 강물에서 어느 물고기의 배로 들어가 그 血肉에 자리했을 때, 처녀의 피가 흘러가서 된 물살은 그 고기 가까이서 출렁이게 되고, 그 고기를, ---그 좋아서 뛰던 고기를 어느 하늘가의 물새가 와 채어 먹은 뒤엔 처녀도 이내 햇볕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서 그 새의 날개 곁을 스쳐다니는 구름이 되었..

etc/poetry 2010.12.25

그대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못할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아! 한목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이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 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 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 입니까 이노리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 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 오는 길 그대와 나는 내리 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

etc/poetry 2010.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