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poetry

봄날

hyleidos 2014. 9. 14. 08:42



새벽 안개에 떠밀려서 봄바람에 취해서
갈 곳도 없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불현듯 내리니 이곳은 소읍, 짙은 복사꽃 내음.
언제 한번 살았던 곳일까,

눈에 익은 골목, 소음들도 낯설지 않고.

무엇이었을까,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이.

낯익은 얼굴들은 내가 불러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복사꽃 내음 짙은 이곳은 소읍,

먼 나라에서 온 외톨이가 되어

거리를 휘청대다가

봄 햇살에 취해서 새싹 향기에 들떠서
다시 버스에 올라. 잊어버리고,

내가 무엇을 찾아 헤맸는가를.

쥐어보면 빈 손, 잊어버리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서 내릴지도.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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