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poetry

인연설화조(因緣說話調)

hyleidos 2010. 12. 25. 12:15


언제든가 나는 한 송이의 모란꽃으로 피어 있었다. 
한 예쁜 처녀가 옆에서 나와 마주 보고 살았다. 

그 뒤 어느날 
모란꽃잎은 떨어져 누워 
메말라서 재가 되었다가 
곧 흙하고 한세상이 되었다. 
그게 이내 처녀도 죽어서 
그 언저리의 흙속에 묻혔다. 
그것이 또 억수의 비가 와서 
모란꽃이 사위어 된 흙 위의 재들을 
강물로 쓸고 내려 가던 때, 
땅 속에 괴어 있던 처녀의 피도 따라서 
강으로 흘렀다. 

그래, 그 모란꽃 사윈 재가 강물에서 
어느 물고기의 배로 들어가 
그 血肉에 자리했을 때, 
처녀의 피가 흘러가서 된 물살은 
그 고기 가까이서 출렁이게 되고, 
그 고기를, ---그 좋아서 뛰던 고기를 
어느 하늘가의 물새가 와 채어 먹은 뒤엔 
처녀도 이내 햇볕을 따라 하늘로 날아올라서 
그 새의 날개 곁을 스쳐다니는 구름이 되었다. 

그러나 그 새는 그 뒤 또 어느날 
사냥꾼이 쏜 화살에 맞아서, 
구름이 아무리 하늘에 머물게 할래야 
머물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기에 
어쩔 수 없이 구름은 또 소나기 마음을 내 소나기로 쏟아져서 
그 죽은 샐 사 간 집 뜰에 퍼부었다. 
그랬더니, 그 집 두 양주가 그 새고길 저녁상에서 먹어 消化하고 
이어 한 영兒를 낳아 養育하고 있기에, 
뜰에 내린 소나기도 
거기 묻힌 모란씨를 불리어 움트게 하고 
그 꽃대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이 마당에 
現生의 모란꽃이 또 한 번 마주 보고 있다만, 
허나 벌써 처녀는 모란꽃 속에 있고 
前날의 모란꽃이 내가 되어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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